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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공포증, 선무당이 남북관계를 죽인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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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 이제훈의 동서남북

‘남쪽 설탕과 북쪽 술’ 물물교환 북쪽 주체인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유엔·미국 제재 목록에 없어
2017년 ‘베트남 국제 무역박람회’에도 참가했으나
베트남 정부를 징계하거나 경고하지 않은게 반증

2017년 4월1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막한 ‘베트남 국제 무역박람회’에 참가한 ‘조선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의 판매대. 연합뉴스
2017년 4월1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막한 ‘베트남 국제 무역박람회’에 참가한 ‘조선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의 판매대. 연합뉴스
개성고려인삼술은 ‘백두산들쭉술’과 함께 한국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북한 술의 하나다. ‘최고 품질’을 유지할 목적으로 개성고려인삼주공장에서만 독점 생산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마지막 대북 결의인 2397호(2017년 12월22일)에서 식용품·농산품으로 북한의 수출 금지 품목을 넓혔지만 ‘술’은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개성고려인삼술’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이달초 남쪽의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이 북쪽 ‘조선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 남쪽의 ‘설탕’과 북쪽의 ‘술’을 맞바꾸는 계약을 맺은 사실이 공개됐다. 고강도 대북 제재 시대에 ‘물물교환’ 방식의 남북협력 시도다. 7월27일 취임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공론화한 물물교환 방식의 ‘작은 (남북)교역’이라는 새로운 정책 의제의 한 사례다. 통일부가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민간이 돌파구를 여는 민관 합작 남북협력 시도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눅일 마중물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기대 심리를 타고 언론의 관심이 높았다. 그런데 8월20일과 24일 국회 정보위원회가 국가정보원의 관련 ‘보고’를 들은 뒤 사태가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 물물교환 사업의 북쪽 주체인 ‘조선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유엔 제재 대상”이어서 사업이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언론은 “북 계약 업체 안보리 제재 대상”이라거나 “유엔 제재 확인도 안 한 통일부”라며 이인영 장관과 통일부를 거세게 몰아부친다. 이야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으니 논란과 혼선의 갈피를 살피기 전에 ‘사실’부터 확인하자. 조선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제재 대상’인가? 아니다. 유엔은 제재 대상인 북한 사람과 단체를 목록화해 공표하는데, 그 목록에 ‘조선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들어 있지 않다. ‘유엔 제재보다 더 무섭다’는 미국 정부의 독자 제재 목록에도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없다. 한국 정부의 제재 목록에도 없다. 그런데 왜 ‘유엔 제재 대상’이라는 주장이 난무하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은 “국정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에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이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제재 대상’이라고 단정했다는 보도다. 그리고 8월24일 국회 정보위에서 서호 통일부 차관의 비공개 업무보고를 들은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정보위 야당 간사)은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 물물교환 사업은) 완전히 철회된 것으로 봐야 한다. 통일부가 이 기업이 제대로 된 건지 제대로 확인을 안 한 거 같다. 국정원과 통일부의 소통이 필요한 거 같다”고 언론에 전했다.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유엔 제재 대상임을 모르던 통일부는 국정원의 국회 보고 뒤 뒤늦게 ‘사업 철회’를 보고했다는 얘기다. 국정원은 이 보도의 사실 여부에 대해 아무런 공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국정원은 8월20일 국회 정보위에 ‘조선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제재 대상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다고 전해진다. ‘제재 대상’이라는 게 아니고, ‘제재 대상 우려’라는 것이다. 통일부는 8월24일 하태경 의원의 언론 회견 뒤 “통일부, 북 개성고려인삼과 물물교환 검토 백지화·철회”라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자 “통일부는 (정보위에서) ‘철회’라는 발언을 한 바 없다”고 즉각 공식 부인했다. 아울러 통일부는 “해당 기업에 대한 우려를 고려”한다면서도,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제재 대상’이라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여러 언론 매체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나와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제재 대상임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는데,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이 장관은 당시 “이미 2017년 4월 베트남 무역박람회 때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제재 대상이 아니냐는 보도가 있어서 그 정도는 숙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제재 대상이 아니냐는 보도가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는 발언이 ‘제재 대상임을 알고 있었다’로 둔갑해 보도된 것이다. 시곗바늘을 2017년 4월로 돌릴 필요가 있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국회·헌법재판소의 탄핵 절차가 마무리됐으나 새로운 정부가 구성되기 전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한국정부는 2017년 4월 ‘베트남 국제 무역박람회’에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베트남 정부에 ‘유엔 제재 대상 우려 기관’이라며 참가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유엔 결의 2270호에 따라 제재 대상으로 명시된 ‘조선노동당 39호실’ 산하 기구인 대성지도국이 운영하는 외화벌이 업체의 하나로 ‘판단’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베트남 정부는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의 한국정부’에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노동당 39호실 산하라는 증빙자료가 있으면 보내달라’고 회신했다.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의 한국정부’는 아무런 ‘증빙자료’를 보내지 못했고,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베트남 국제 무역박람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그 뒤로 유엔이나 미국 정부가 ‘제재 대상을 무역박람회에 참가시킨 행위’를 문제삼아 베트남 정부를 징계하거나 경고했다는 보도는 없었다. 요컨대 2017년 4월의 ‘소동’은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제재 대상이 아님을 드러내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2020년 8월 한국에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유엔 제재 대상’이라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인식이 대다수 언론과 일부 국회의원과 정부 기관에 퍼졌을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식의 ‘제재 공포증’을 빼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유엔과 미국 정부의 제재 목록에 들어 있지도 않은데, ‘우려’라는 주관적 심증을 이유로 남북협력을 포기하면 남과 북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제재는 유엔 대북 결의의 목적이 아니다. 유엔 결의의 핵심 목적은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중단’이다. 유엔 결의는 그 목표·목적을 이룰 수단으로 ‘제재’와 함께 “대화를 통한 평화적 노력”, “6자회담 참가국들의 경제협력” 따위를 함께 강조·권고하고 있다. ‘제재’를 할 때에도 “북한 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도적 영향, 금지되지 않은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의도하지 않음”이라고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그러므로 ‘제재’는 명확한 근거를 토대로 엄격·신중하게 집행돼야 한다. 더군다나 외양은 경제협력이지만 내용적으로 인도협력의 성격도 함께 지닌 남북 사이의 ‘생필품 물물교환’에 ‘제재’의 잣대를 들이밀려면, 논란의 여지 없이 명확한 근거를 대야 한다. 유엔 제재 목록에 들어 있지도 않은데 ‘우려’라는 검증가능하지 않은 심증을 토대로 제재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제재 목록을 따로 만들어 공개하는 유엔의 대북 결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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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30, 2020 at 01:5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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