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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수’ 대신 ‘직수’…재난지원금 효과 ‘짱’ 정육점·골목식당·안경원 ‘함박웃음’ - 매일경제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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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용인에 사는 5인 가구 자영업자 A씨(38)에게 지난 5월은 ‘따뜻’했다. 우선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정부와 지자체에서만 약 230만원을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가구원당 10만원씩 경기도와 용인시에서 총 100만원, 7세 이하 아동돌봄쿠폰 40만원이 지급됐다. 정부로부터는 5인 가구 대상 재난지원금 100만원 중 지자체 지급분의 일정분을 떼고 87만5000원을 받았다.
여기에 A씨가 운영하는 식당 매출도 4월 대비 40%가량 올랐다. 손님 10명 중 6~7명이 재난지원금 카드로 결제하며 평소보다 객수와 객단가 모두 늘어난 덕분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3월에는 식당 매출이 평소의 4분의 1토막 났었다.

A씨는 “최근 첫째가 전학을 해서 여름·겨울 교복을 새로 맞추느라 예정에 없던 지출이 60만원가량 발생했다. 때문에 5월은 허리띠를 졸라매려 했는데, 재난지원금 덕분에 숨통이 트였다. 전월 대비 소득이 두 배는 늘어난 것 같다. 재난지원금으로 그간 미뤄왔던 자동차 타이어 교체를 5년 만에 했다. 빗길에 바퀴가 미끄러져 안전이 걱정되던 차였다. 여기에 자녀들의 원격 수업에 따라 헤드셋을 사주고 옷도 새로 사 입혔다. 2차 재난지원금이 또 지급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코로나19 사태로 전 국민에게 사상 처음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이하 재난지원금)이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예정에 없던 소득이 수십 수백만원 늘어나자 전국에서 ‘보복적 소비’가 일어나며 움츠렸던 경제에 온기가 퍼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경제 활성화 효과에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단, 대형마트나 마트에 입점한 소상공인 등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된 상점은 오히려 매출이 감소해 온도 차도 적잖다.


▶‘기대 이상’ 재난지원금 효과

▷소상공인 매출 ‘쑥’…먹거리에 집중

‘낙수(落水)’ 대신 ‘직수(直水)’.

재난지원금의 직접적인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대기업 주도 수출 중심 경제구조상 한국 경제는 그간 낙수 효과에 기대 성장해왔다. 그러나 양극화가 심화되고 코로나19 사태로 고용마저 악화되자 재난기본소득 등 ‘현금 직접 지원’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격론 끝에 지난 5월 사상 처음 이뤄진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은 예상보다 크고 빠른 경제 활성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전국 소상공인 카드 결제 정보 등을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이 본격 지급된 5월 둘째 주(11~17일)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13~19일)과 동일했다. 경기(7%)와 경남(6%), 부산(4%), 세종(3%), 인천, 전남, 전북(이상 2%) 등은 오히려 지난해 매출을 웃돌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경기가 모처럼 기지개를 켠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매출액 조사’에서도 소비 진작 효과가 뚜렷이 감지된다. 중기부가 소상공인 사업장 300곳과 전통시장 220곳 내외를 대상으로 패널 조사를 진행해 매출액 동향을 파악한 결과,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소상공인 매출이 8주 연속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전국 소상공인 7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재난지원금 제도에 대해 ‘만족한다’는 답변이 59.3%로, ‘잘 모르겠다’(22.8%), ‘만족하지 않는다’(12.9%)를 크게 웃돌았다. ‘향후 재난지원금으로 골목상권과 지역 경제가 호전될 것’이라는 답변도 70.5%에 달했다. 전통시장도 웃었다. 8개 카드사의 전통시장 매출액은 5월 4주 3243억원을 기록, 5월 1주(2705억원)에 비해 약 20% 증가했다.

재난지원금이 가장 많이 쓰인 곳은 ‘먹거리’였다.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 음식점, 마트·식료품, 병원·약국순으로 사용처가 많았다. 문화·교육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점도 눈길을 끈다. 5월 첫째 주 대비 넷째 주의 매출액 증가율은 안경(66.2%), 병원·약국(63.8%), 학원(37.9%), 서점(34.9%), 헬스·이미용(29.4%)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음식점은 외식·배달 모두 수요가 늘었다. 농촌진흥청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외식을 늘렸다’는 응답이 36.3%로 4월 조사(4.7%) 때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배달 이용을 늘렸다’는 응답도 37.5%로 조사돼 ‘줄였다’는 응답(13.7%)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식료품은 육류 소비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가장 많이 구입한 상품은 돼지고기다. 응답자의 44.6%가 돼지고기 소비를 늘렸다고 답했다. ‘한우 구입이 늘었다’는 응답은 34.4%로, ‘수입 소고기 구입이 늘었다’는 응답(18%)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제철 농산물 소비도 큰 폭으로 늘었다. 쌈 채소류 구입이 21.3% 증가했고, 과채류 중에서는 토마토(46%), 참외(43%), 수박(27%) 구입이 가장 많았다. 제철 채소로는 양파, 감자, 마늘을 많이 구입했다.


▶사용처 여부에 희비 갈린 유통가

▷편의점·동네마트 웃고 대형마트 울고

유통업계는 재난지원금 사용처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편의점·동네마트 등은 매출이 올랐지만 사용이 안 되는 대형마트는 감소했다.

편의점은 식료품 판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재난지원금 사용이 본격화된 5월 13일부터 6월 첫째 주까지 CU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식재료는 35.1%, 양곡류는 87.3% 매출이 상승했다. GS25도 재난지원금이 풀린 직후 국산 소·돼지고기 판매량이 전월 대비 각각 175.9%, 91.5% 급증했다. CU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던 식재료를 편의점에서 사는 추세가 뚜렷했다. 물류센터 확진자 발생으로 온라인 주문 대신 근거리 오프라인 쇼핑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도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사기 힘든 고가 제품 매출 신장도 눈에 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 남성 화장품이 전월 대비 21.1%, 고급 아이스크림이 24.2% 더 팔렸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은 지출 계획에 없던 추가 자금이어서 평소 사기 힘들었던 물건을 부담 없이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마트24는 위스키와 와인 판매가 대폭 증가했다. 위스키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94% 올랐고 와인은 무려 206% 신장했다. “올해 주류 판매에 특화된 주류 특화매장이 늘어난 데다 재난지원금 효과가 겹친 덕분”이라는 게 이마트24 측 분석이다.

동네마트도 수혜를 누렸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신용·체크카드로 사용된 재난지원금 중 1조3722억원이 마트와 식료품점에서 쓰였다. 비중은 전체 소비 금액의 24%에 달했다. 재난지원금을 받은 4명 중 1명이 동네마트와 식료품점에서 돈을 쓴 셈. 농협 하나로마트도 직영점 데이터 분석 결과 전체 매출이 14.8% 상승했다. 하나로마트 측은 “재난지원금이 풀리기 이전 성장률은 6%에 불과했다. 재난지원금 덕분에 두 배 이상 매출 신장세가 커졌다”고 전했다. 하나로마트에서는 주로 생필품과 축산물이 잘 팔렸다. 축산물은 36%, 생필품은 44% 매출이 올랐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생필품이 겨울부터 많이 팔렸다. 특히 세제, 소독제 등 위생용품이 코로나19 영향으로 판매가 급증했다. 축산물은 재난지원금 효과가 컸다”고 밝혔다.

반면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된 대형마트는 주요 품목의 매출이 지난해 대비 줄었다. 재난지원금이 본격 풀린 5월 13일부터 6월 첫째 주까지 이마트는 돼지고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1%, 과일은 12%, 채소 7%, 통조림은 5% 감소했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이 8.6% 줄었다. 대용식품(-11.4%), 축산(-5.5%), 수산(-4.6%)순으로 타격이 컸다.

사상 처음 지급된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유통가는 희비가 엇갈렸다. 편의점, 전통시장은 매출이 오른 반면 대형마트는 감소했다.
사진설명사상 처음 지급된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유통가는 희비가 엇갈렸다. 편의점, 전통시장은 매출이 오른 반면 대형마트는 감소했다. 연합뉴스>

▶남은 과제는

▷2차 지원 이뤄질까…재원 마련 숙제

사상 처음으로 전 국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에 전문가들은 ‘효율성’과 ‘홍보’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취약계층이나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계층에게 집중 지원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 상황 속에서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보다는, 실질적인 피해를 크게 입은 계층으로 지원 대상을 제한해야 ‘지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중산층 이상은 재난지원금을 받았다고 소비를 늘리지는 않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책 홍보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피해가 큰 소상공인에게 소비가 집중되도록 사용처를 제한한 것은 바람직했다. 다만 소상공인은 대형 유통업체에 비해 홍보 수단이 부족하다. 소비자들이 사용할 곳을 찾기가 힘들다. 정부에서 사용 가능한 곳을 정리해 인터넷에 공개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 현장과 다른 부분도 많아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특히 어르신들은 사용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용처 정보를 더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에 대해서는 각계 의견이 엇갈린다. “최소 두세 번 정도는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이재명 경기도지사), “돈을 쓰는 방법론보다 재원 조달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붙는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한국이 재난지원금을 100만원이나 지급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재정관리를 잘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이상 지급하기에는 여력이 없다고 본다. 지난해 이미 30조원 적자를 무릅쓰고 예산 계획을 짰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계획보다 세수는 덜 걷히고 돈은 더 썼다. 여기에 40조~50조원 규모로 빚이 늘어난다면 당장 위기는 모면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더 큰 피해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재난지원금 효과 살펴보니

현금 보유 적은 저소득층서 소비 진작 효과 커

코로나19 사태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은 재난지원금으로 각각 1인당 약 150만원, 130만원씩 지급했다. 단, 일본은 아직 복잡한 행정 절차로 지원금 지급률이 10%가 채 되지 않는다. 미국은 지난 5월 말까지 1억5000만명 넘는 국민이 재난지원금을 수령했다.

미국에서는 재난지원금의 경제 효과가 어땠을까. 스콧 베이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등은 논문 ‘2020년 경기부양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소득, 유동성, 그리고 소비의 변화(income, liquidity, and the consumption response to the 2020 economic stimulus payments)’를 통해 이를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미국 가계는 지원금 1달러당 평균 0.25~0.35달러만큼 소비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카테고리에서 소비가 늘었다. 특히 식료품 소비가 많이 늘었고 내구재 소비 증가율은 가장 작았다.

소득 증가분 대비 지출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나타내는 ‘가계별 한계소비성향(MPC)’은 소득 수준,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 정도, 현금·예금 등 유동성 보유량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MPC는 ‘소비 지출 증가분/처분가능소득 증가분×100’으로 산출했다. 월소득이 1000달러(약 120만원) 이하인 경우 MPC는 0.38, 월소득이 5000달러(약 600만원) 이상인 경우는 0.2로, 소득이 적을수록 지원금으로 인한 소비 진작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50% 이상 감소한 가계는 MPC가 0.25, 소득이 감소하지 않은 경우는 0.18이었다. 역시 소득이 감소한 가계에서 소비 진작 효과가 컸다는 얘기다.

유동성이 500달러(약 60만원) 이하인 가계의 MPC는 0.38, 유동성이 3000달러(약 360만원) 이상인 경우는 0.1이었다. 현금 유동성이 적은 가계일수록 소비가 활성화된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본 연구 결과는 현재와 같은 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위와 같은 가계별 소비 행태 차이를 고려해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지원금으로 인한 소비 진작 효과가 큰 가계, 즉 현금 보유량이 적고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크게 감소한 저소득층 위주로 선별적 지급을 하는 것이 재난지원금의 경제 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승욱·반진욱·박지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3호 (2020.06.17~06.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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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2, 2020 at 07:54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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